[사모자산] 운용사가 지배하는 세컨더리 시장
세컨더리 시장에서 운용사들은 더 이상 구경꾼이 아니며, 이러한 역동성의 변화를 먼저 알아차리는 투자자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Schroder Adveq의 세컨더리 헤드 Christiaan van der Kam은 아래 6개의 Q&A를 통해 말합니다.
세컨더리 시장에서 운용사들은 더 이상 구경꾼이 아니며, 이러한 역동성의 변화를 먼저 알아차리는 투자자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Schroder Adveq의 세컨더리 헤드 Christiaan van der Kam은 아래 6개의 Q&A를 통해 말합니다.
Q1: 2020년 세컨더리 시장은 운용사(GP)의 주도적 활동이 두드러졌는데 이러한 트렌드를 전통적인 출자자(LP) 시장과 비교하여 설명해주세요.
2020년 세컨더리 시장은 다른 시장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특별한 한 해를 보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 시작된 트렌드가 일부 가속화되었고 운용사 주도형 시장이 계속 강세를 보였습니다. 오늘날 전반적인 세컨더리 시장은 규모와 전문성이 1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으며, 더 이상 출자자 포트폴리오 거래에 의해 지배되지 않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운용사가 주도하는 거래는 예외로 취급되었고 운용사들은 단순한 추세 자산 거래 구경꾼에 불과했습니다.
2020년 초 통계를 기준으로 시장의 총 납입 규모는 약 650억 내지 700억 달러였습니다. 이는 2019년에 900억 달러를 기록한 것과 대조를 이룹니다. 이렇듯 규모가 축소된 것은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정말 놀라운 일은 시장에서 운용사 주도형 거래의 납입 규모가 350억 달러에 달하고 대부분이 2020년 하반기에 성사되었다는 점입니다.
2020년 상반기에 운용사들은 우선주와 순자산가치(NAV) 기반 대출을 통해 펀드 단위에서 유동성을 높여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기업들을 지원할 방법을 모색하며 방어적 태세를 유지했습니다. 2020년 하반기 운용사들은 공격적인 태세로 전환했고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활발하게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이 기간에 우리는 몇 건의 매력적인 운용사 주도형 거래에 참여했습니다. 해당 거래 대부분은 기초자산과 연계된 형태였고 매력적인 기업들이 포함되었습니다. 자본시장의 출구가 막힌 상황에서 운용사들이 기존 투자자들을 위해 유동성을 창출하기 위한 방편으로 거래가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
Q2: 운용사 주도형 거래의 주요 동인은 무엇이었으며, 올해 그러한 트렌드는 어떻게 진화할까요?
한가지 분명한 테마는 여러 유수 운용사들이 처음으로 거래를 주도하고, 특히 단일 자산 거래를 통해 자신이 보유한 최고의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고 나서면서 퀄리티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었습니다. 2020년 시장에서는 단일 자산으로 구성된 운용사 주도형 거래가 다수 이루어졌으며, 2021년에도 그러한 거래의 증가 추세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확실히 운용사들과 자문사들은 운용사 주도형 거래에서 더 우량한 기업, 즉, 코로나19 사태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세컨더리 투자자들이 인수(underwrite)할 수 있을 자산을 선택했습니다. 2020년에 납입이 이루어진 대부분의 운용사 주도형 거래에는 유수 운용사들이 관리하는 견실한 기업들이 포함되었습니다. 이것은 초기의 운용사 주도형 시장과는 매우 다른 역동성입니다. 당시에는 그러한 거래들이 대개 퀄리티가 낮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퀄리티로의 쏠림 현상이 시장에서 세컨더리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기회를 안겨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헬스케어, 테크, 소비재 등 일부 섹터들은 확실히 더 주목을 받았습니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기록했고 앞으로도 계속 많은 관심을 받을 것입니다. 2021년이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코로나19가 한창이고 유수한 운용사들이 주도하는 딜플로우가 다수 창출되고 있습니다. 이에 2021년도 매우 바쁜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다른 트렌드는 거래의 집중 현상이었습니다. 보통 세컨더리 시장은 분산 효과를 매우 중시하고 대형 출자자 포트폴리오를 통해 분산된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팬데믹은 시장을 단일 기업이나 두세 기업으로 구성된 운용사 주도형 거래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출자자의 분산된 포트폴리오 인수(underwriting)와는 아주 다른 투자 접근법이 필요하게 됩니다. 당사의 관점에서 볼 때, 집중 현상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공동투자를 하거나 직접 투자 플랫폼을 갖추고 동일하게 직접적인 스타일로 인수할 수 있는 투자자가 선호됩니다. 이러한 집중 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며, 우리는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입니다.
오늘날의 환경에서 투자자들은 예를 들어 10개 내지-20개 기업으로 구성되고 그 중 대다수가 고전을 하고 있거나 팬데믹 이후 어떻게 될 지 불확실한 포트폴리오보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성과를 기록한 소수의 기업에 집중되어 있는 포트폴리오를 인수하기가 훨씬 더 용이 할 것입니다. 해법은 더 나은 기업에 집중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적어도 1, 2년은 인수(underwriting)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그러한 거래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운용사의 동기 측면에서는 캐리수익을 자신이 보유한 최고의 자산에 재투자하는 당연한 이유 외에 출구전략을 실행하는 대신 포트폴리오에 속한 기업의 약진을 도우려는 의도가 주요하게 작용합니다. 일부 사례에서는 펀드의 약정이 100% 완료된 상태에서 성장에 필요한 자본금을 추가로 조달할 필요성도 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수준에서 add-on전략(기존 포트폴리오회사에 추가로 붙일 회사 인수)을 통해 향후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소수의 자산만 남고 듀레이션 문제에 봉착한 더 오래된 펀드들이 남아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Q3: 운용사들이 현재 세컨더리 시장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다는 것은 세컨더리 투자자들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일반적으로 말해서 모든 세컨더리 투자자들은 투자에 접근하는 방식과 자산 실사에 대한 관점을 일대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운용사 주도형 거래의 인수(underwriting)는 전통적인 출자자 거래와 매우 상이합니다. 대부분의 대형 세컨더리 투자자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출자자 포트폴리오를 매입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들이 운용사 주도형 거래에서도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는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많은 경우 자산의 기존 소유주인 운용사들과 함께 사실상 기업들을 공동인수(co-underwriting)합니다. 운용사 주도형 인수는 전통적인 출자자 투자보다는 직접 투자에 훨씬 더 가깝습니다. 적어도 프로세스가 더 복잡하고 역동적인 것은 분명합니다.
운용사 주도형 거래 시 인수의 복잡성 외에도 세컨더리 투자자들은 최고의 거래에 접근하게 위해 운용사에 대해서 포지션을 다르게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사의 견해로는 프라이머리 투자와 공동 투자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세컨더리 시장의 스몰캡 투자자로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길입니다.
당사는 스몰미드캡시장에서 400곳이 넘는 운용사들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우리가 그들펀드 모두에 투자를 하고 있지 않더라도 그들의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기업들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대화를 합니다. 이 또한 운용사 주도형 프로세스가 시작될 때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중개사들(intermediaries)이 그러한 과정을 운영하며 해당 거래를 성사시키기에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는 투자자들을 접촉할 것입니다. 우리가 모든 거래를 다 알 수는 없으나 기존에 관계가 있는 운용사가 주도하는 거래는 당연히 알게 됩니다. 이 점이 미드마켓의 특히 소형회사 거래 시장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운용사 주도형 인수(underwriting)는 전통적인 출자자 투자보다
직접 투자에 훨씬 더 가깝습니다.”
“운용사가 주도하는 거래는 운용사의 참여라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본질적으로 더 매력적인 거래입니다.”
Q4: 단일 자산으로 구성된 운용사 주도형 거래의 경우 세컨더리와 공동투자의 경계가 불분명합니다. 그러한 거래에서 추세 자산 거래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단일 자산으로 구성된 거래가 공동투자의 형태이든 세컨더리 투자이든 상관 없이 모두 좋다고 생각합니다. 둘 간에는 유사한 점이 많고, 인수(underwriting)를 할 때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며, 실사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지난 수년 동안 우리는 전략적으로 선호하는 섹터에 더욱 주력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축적한 전문성이 특정 산업을 속속들이 이해하려 할 때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공동투자와 운용사 주도형 단일 자산 거래 간에는 경계가 모호하지만 분명한 차이점도 있습니다. 적어도 세컨더리에서는 운용사가 이미 소유한 자산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점은 분명 실사 측면에서 도움이 됩니다.
더 나아가 절차와 이해관계 정렬이 다릅니다. 단일 자산 구조조정 거래에서는 리드 세컨더리 투자자들이 운용사와 조건을 협상합니다. 이런 점이 공동투자와 다릅니다. 대개 조건은 다층적 수익배분구조 하에 운용사가 자산을 좀더 빨리 매도하는 것이 유리하도록 설정됩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다양한 충돌을 해결하고 기존 출자자들이 공정한 대우를 받고 가장 높은 가격에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자문사가 참여하는 점이 다릅니다.
Schroder Adveq의 관점에서는 자산의 퀄리티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 점은 공동투자나 운용사 주도형 단일자산 거래나 마찬가지입니다. 수년 동안 지속될 파트너쉽을 맺는 것이므로 운용사와의 관계 정립도 매우 중요합니다.
운용사 주도형 거래에서는 운용사와 함께 거래를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며, 인센티브체계를 제대로 세우는 것이 핵심입니다. 여러분은 운용사를 움직이는 힘이 가치를 추세 자산 거래 창출하기 위한 것인지 출구전략 대신 캐리수익을 창출하는 것인지 알고 싶을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잘 아는 운용사라면 답을 찾기가 더 쉬울 것입니다. 운용사 주도형 거래에서 출자자와 운용사 간 이해관계의 정렬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면 참여하지 않는 것이 철칙입니다.
Q5: 운용사가 주도하는 시장은 얼마나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까요?
2년 전만해도 운용사 주도형 거래의 규모가 출자자 거래를 능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단기적으로 세컨더리 시장은 운용사 주도형 거래와 출자자 거래 간에 50대 50으로 양분될 것입니다. 중장기적으로 운용사 주도형 거래가 2020년에 그랬던 것처럼 규모 면에서 전통적인 출자자 거래를 능가하지 못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점점 더 많은 운용사들이 운용사 주도형 거래의 매력을 인식하고 세컨더리 투자자들이 더욱 노련해짐에 따라 가능성은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운용사 주도형 거래는 운용사의 참여라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본질적으로 더 매력적인 거래입니다. 주요한 투자 리스크 중 하나가 정보의 비대칭에서 기인합니다. 그런데 운용사가 해당 자산을 소유하고 오랫동안 알아왔을 경우 그러한 리스크는 낮아집니다. 운용사는 해당 기업이 사업을 영위하는 시장을 알고 사업상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인지하고 있으며 경영진을 이해합니다. 이 점이 신규 출자자에게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향후 5년 내에 시장이 1,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모두 자리잡을 곳을 고르고 있습니다. Schroder Adveq는 항상 미드마켓의 중소형주에 투자해왔고, 이는 운용사 주도형 세컨더리 거래에서나 프라이머리 시장과 공동투자에서나 마찬가지입니다.
당사는 스몰/미드캡 시장이 앞으로 몇 년 동안 자리잡고 있기에 좋은 투자처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Q6: 미드마켓의 중소형주를 대상으로 하는 운용사 주도형 거래에서 어떤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거래의 규모가 작을 경우 어떤 추가적인 어려움이 있습니까?
미드마켓의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것이 우리의 기본 사업입니다. Schroder Adveq는 프라이머리와 공동투자 형식으로 수십 년 동안 미드마켓의 중소형주에 투자해왔습니다. 따라서 그러한 경험이 세컨더리에서 기업을 인수(underwriting)할 때 도움이 됩니다. 운용사 주도형 거래의 규모가 작을 경우 경쟁이 덜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더 매력적인 시장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진행 절차와 자문사의 개입 면에서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아 운용사를 더 잘 선택하여 진행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 공간에서 활동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이러한 기회에 대한 운용사들과 자문사들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몇 년 동안 이 시장에서 운용사 주도형 거래가 증가할 것이라 믿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2,500곳이 넘는 운용사들이 스몰캡과 미드캡 바이아웃 그리고 그로스(growth) 전략 중심의 GP이며, 그들 중 상당 수는 운용사 주도형 거래의 이점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소형거래의 어려움 중 하나는 자문사들이 거래 규모에 따라 보수가 지급되기 때문에 규모가 더 큰 거래에 주력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운용사 주도 프로세스를 관리하고 발생하는 모든 충돌을 해결하기 위한 자문사의 역할도 필요로 합니다.
추세 자산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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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식 거래 규모 급감과 기업공개 및 유상증자 감소 등 주식 시장의 위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선진국 시장의 위축이 두드러져 투자자산으로서의 가치와 기업의 자금조달 기능 측면에서 신흥국 시장의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의 상대적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주식 시장에 대한 상반된 시각
“The cult of equity is dying”
채권 운용회사 PIMCO의 최고투자책임자 빌 그로스가 지난 8월 발표한 ‘Cult Figures’라는 보고서의 첫 문장이다. 그로스는 이 보고서를 통해 이제는 주식 시장에서 과거와 같은 높은 수익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하며, 주식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그 보다 앞서 5월 Financial Times도 지금의 침체된 주식 시장의 상황을 “the end of a six-decade passion for equities”라고 정의했다.
반면 장기투자를 지지하는 대표적인 인물인 와튼경영대학원의 제러미 시겔 교수는 최근 경제 기자 세미나에서 여전히 장기적으로 주식이 가장 뛰어난 투자 수단이라는 주장을 고수하며 주식 매수를 권고하고 나섰다.
최근 전세계 주식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면, 주식거래규모 급감, 기업 공개 및 유상증자 감소 등 투자자산으로서의 가치는 줄어들고 기업의 자금조달이라는 주식 시장 본연의 기능마저 위축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에 따라 주식 시장에 대한 부정적 입장의 의견에 좀 더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주식시장 위축만으로 미래 주식 시장에 대해 부정적 혹은 긍정적 주장 한 쪽으로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경제 여건에 따라 주식 시장은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전후 8년(2004년~2012년)에 걸친 주식 시장의 변화를 살펴보면 특히 선진국 시장과 신흥국 시장이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이후 선진국 시장 주식거래 급감
세계거래소연맹(WFE : World Federation of Exchange)에 따르면 최근 전세계 주식 거래규모는 200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해서 주식 거래량이 크게 감소한 이후 일정 수준을 유지하던 거래규모는 2012년 들어 하락세가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2012년 9월까지 발표된 주식거래규모는 37.7조 달러로 전년 동기간 대비 76%에 불과하다. 2008년 금융위기와 최근 유럽의 재정 위기로 투자자들의 위험자산에 대한 기피 현상이 확대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주식 시장을 위축시킨 요인으로 보인다.
이러한 주식거래규모를 지역별로 세분화해서 보면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2008년 이후 거래규모가 급감한 선진국 시장과 달리 신흥국 시장은 2008년을 기점으로 2010년까지 거래규모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신흥국 시장의 경우 2011년부터 감소세로 전환되어 2012년 9월 누계 전년대비 22% 감소하였으나, 선진국 시장의 감소폭(25%) 대비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선진국 시장의 2012년 9월 누계 주식 거래 규모는 2008년 9월 누계 대비 42% 수준에 불과하나 신흥국 시장의 경우에는 97%에 달하고 있어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 수준의 시장 활성화 정도를 보이고 있다.
거래 규모 추이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차이는 전 세계 주식거래규모에서 각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난다. 2004년 11%에 불과하던 신흥국 시장의 비중은 2008년 14% 수준으로 확대된 후 2012년 9월 말 현재 28%까지 그 비중이 증가하였다. 선진국 시장과 달리 이러한 신흥국 시장의 성장 추세가 지속된다면 신흥국 시장으로의 글로벌 자금 유입이 증가하면서 향후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신흥국 시장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지수 및 시가총액 기준, 신흥국 시장은 성장 중
거래 규모가 급감하고 있는 것은 주식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성장을 의미하는 또 다른 지표인 주가지수나 시가총액은 주식 거래 규모와는 또 다른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주가지수 추이에서도 신흥국 시장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08년 금융위기로 각국의 주가지수가 급락한 이후, 전세계 주식 거래 규모는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아시아, 중남미, 중앙 아시아, 아프리카 등 신흥국 시장의 주가는 위기 이전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선진국 시장의 경우 대부분 위기 이전 수준을 겨우 회복했거나 여전히 위기 이전 수준에 못미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 일부 국가들은 2011년 재정위기까지 겹치면서 주식 시장의 침체가 더욱 악화되었다.
주가지수의 상승과 각국 거래소의 시가총액의 증가는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를 제외하고 시가총액은 꾸준히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시가총액의 상승 추세에도 시장 간의 차이는 분명히 드러난다. 선진국 시장의 경우, 2012년 9월 말 현재 2004년 대비 7% 성장에 그친 반면, 신흥국 시장은 무려 229%나 성장했다. 특히 중국의 상해 증권 거래소와 심천 증권 거래소는 각각 630%, 720% 성장했다(달러 기준).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 시장의 시가총액 증가로 글로벌 주식 시장의 전체 시가총액에서 신흥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크게 증가되었다. 2004년 전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머물렀던 신흥국 시장의 비중이 2012년 9월에는 35%로 2배 이상 증가하였다.
선진국 시장과 마찬가지로 주식거래규모는 감소하였지만, 주가회복 수준과 시가총액 비중 증가 등을 볼 때 신흥국 시장이 선진국 시장과 마찬가지로 주식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주식 시장의 기업 자금 조달 기능 약화, 신흥국 시장에서는 여전히 중요
주식시장은 기업들에게 효율적인 자금조달 수단으로 기능한다. 기업의 자금조달 경로가 다양할수록 기업의 재무구조는 개선되며 경영투명성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장기화되고 주요국들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기업 입장에서 차입을 통한 자본 확보보다는 주식 발행과 같은 직접금융을 통한 자본 조달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주식거래가 줄어들면서 주식 시장이 위축되고 있어, 기업들로 하여금 주식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주식거래규모의 감소와 마찬가지로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올해 들어 확연히 줄어들었다. 2012년 3분기까지의 글로벌 기업공개 건수를 보면 전년 동 기간 대비 39% 감소하였다.
2010년 이후 글로벌 기업공개 건수는 선진국 시장과 신흥국 시장 모두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신흥국 시장에서의 기업공개 건수가 선진국 시장을 크게 웃돌고 있어 상대적으로 신흥국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 기능이 선진국 시장에 비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기업공개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 금액을 시가총액과 비교해 보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신흥국 시장의 경우 시가총액 대비 자본조달 금액의 비율이 2008년부터 계속 선진국 시장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신흥국 시장의 규모가 아직 선진국 시장에 비해 절대적으로 작다는 것을 감안하면 신흥국 시장에서 기업의 자금조달 기능이 선진국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위상 변화
향후 상당기간 글로벌 주식 시장에서 선진국의 위상은 약화되고 신흥국 시장의 위상은 점차 강화되는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성장세의 차이를 꼽을 수 있다. 성장률 하락에 따른 선진국 기업들의 투자 위축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위기 장기화와 성장 둔화에 대한 추세 자산 거래 우려가 선진국 기업들의 자본 수요에도 반영되어 선진국 기업들의 자본조달은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신흥국 기업들의 투자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주요 국가의 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비교하면 두 지표 간의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글로벌 인사이트는 선진국 시장의 경제성장률을 2015년 2.8%, 신흥국 시장의 경우 6.1%(개도국 4.5%)로 전망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선진국 시장 2.1%, 신흥국 시장 5.6%(개도국 4.4%)로 보고 있다. 장기 전망에서도 나타나는 것처럼 향후 신흥국 시장의 투자 증가세는 선진국 시장보다 클 것으로 보이며, 이는 자본 수요로 연결되어 신흥국 자본 시장의 역할 및 기능을 강화시켜 글로벌 시장에서 신흥국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또 다른 요인은 고령화이다. 은퇴연령에 접어들면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투자성향이 강해지면서 투자자산의 구조를 변화시키게 된다. 그 결과 주식보다는 예금이나 채권 등 안전 자산의 비중을 높이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 및 유럽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연령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가계의 자산에서 주식, 펀드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55%에서 2010년 42%까지 감소하였고, 유럽의 경우 같은 기간 비중이 37%에서 29%로 감소하였다. 이러한 추세는 결국 글로벌 주식 시장에서 선진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의 감소와 위상의 약화를 더욱 가속시킬 것이다.
주식시장의 규제도 성장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를 경험한 선진국에서는 위험 자산 투자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 강화는 주식에 대한 투자 수요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신흥국 시장은 원활한 자본조달을 위해 개방도를 확대하는 등 주식 시장 육성 정책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글로벌 주식 시장에서 선진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 시장의 움직임과 변화가 주식 시장 전체의 흐름을 이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신흥국 시장이 성장하며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고, 신흥국 시장으로 글로벌 유동성의 유입이 늘면서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의 신흥국 시장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국내 시장을 포함하여 신흥국 시장으로의 글로벌 자금 유입은 신흥국 시장의 위상을 높여주는 한편 통화 정책의 유효성을 저하시키거나 자산가격 거품을 야기하는 등의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한다. 향후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의 신흥국 시장의 위상 변화에 주목하는 한편 우리 경제도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추세 자산 거래
이미지=Getty Images Bank
암호화폐 업계에서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과도한 변동성과 불확실성 때문에 아직 안전자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단법인 국제금융센터(KCIF)의 김용준, 이지현 연구원은 지난 29일 '비트코인과 안전자산간 상관성 점검'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의 취약점이 단시일 내 해소되기 어려워 안전자산으로서 위상에 한계가 있다"며 이렇게 평가했다.
보고서는 비트코인이 대체 투자상품으로 주목받은 점은 인정했다. 보고서는 2017년 이후 비트코인 가격과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 금 가격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2019년 들어 상관관계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밝혔다. 금융시장 위험회피 성향이 커질 때 상승하는 VIX, 금 가격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는 의미다.
그러나 보고서는 ▲과도한 변동성 ▲부정적 이미지 ▲엄격한 규제 등의 문제때문에 기존 안전자산들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금의 1개월 변동성 지표는 13%인데 반해, 비트코인은 평균 50%, 지난 7월엔 120%까지 도달했다면서 "가치저장 수단으로 보유하기에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그럼에도 글로벌 금융불안 상황에서 헤지수단으로서의 국지적 수요는 수시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이어 "최근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다소 축소되고 현물 인수도 선물거래 상품도 상장(ICE 산하 백트)되는 등 일부 긍적적 모습도 나타나고 있으나, 각국 감독당국은 오히려 규제 강화에 초점을 두는 등 비트코인에 불리한 여건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연초부터 비트코인 상승세가 무섭다. 그리고 그 도화선이 된 사건은 미국 온라인 결제 기업 ‘페이팔’이 미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가상 자산 매매 및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페이팔이 과감하게 가상 자산 거래 플랫폼 비즈니스에 뛰어든 것은 과거 인터넷 태동기 전자상거래에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페이팔의 DNA를 활용해 가상 자산 거래 플랫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페이팔이 그리는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유추하면 크게 4가지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1.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
2.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발행 대비
3. 종합 금융 서비스 제공 앱으로의 확장
4. ‘코인 결제 선배’ 스퀘어의 장기 투자법
2020년 11월, 전 세계 약 3억5000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온라인 결제 기업 ‘페이팔’이 미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가상 자산 매매 및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페이팔 어플리케이션(앱)에서 비트코인을 살 수 있게 된 것.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치솟았다. 페이팔의 소식이 전해진 10월 중순 1만1000달러에서 11월 중순 1만6000달러를 넘겼다. 11월 말에는 1만9000달러 이상 올랐다. (연말에는 3만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페이팔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비트코인 열풍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페이팔의 가상 자산 행보를 단지 비트코인에 한정해서 봐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디지털 금융’이라는 큰 그림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베이에서 분사한 후 제2의 전성기를 시작한 페이팔의 새로운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페이팔의 가상 자산 정책은 기존 암호 화폐 업체들과 다르다. 기존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나 핀테크 플랫폼에 가깝다. 구글페이, 토스와 같이 결제를 넘어 금융 플랫폼을 지향하면서 테크핀 1 1 테크핀(Tech-fin) : 금융산업에서 기술을 접목한다는 핀테크라는 개념과 달리 테크핀은 기술기업이 금융산업에 뛰어들어 변화를 일으킨다는 용어로 쓰인다. 닫기 분야 선두 자리를 노리는 것이다. 2017년 코인 열풍을 재현하고 있는 2021년, 페이팔이 바라보는 미래 디지털 금융 서비스는 무엇일까? 인터넷 결제 서비스에서 시작한 페이팔이 ‘뉴골드’로 불리는 비트코인을 통해 나아갈 방향을 4가지 사업을 중심으로 짚어본다.
페이팔의 가상 자산 거래 플랫폼 구조
페이팔의 행보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선 먼저 페이팔이 현재 제공하는 가상 자산 서비스를 찬찬히 뜯어봐야 한다. 기존 블록체인 업계와는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페이팔의 서비스는 탈중앙화가 핵심인 기존 블록체인 서비스들과 다르게 중앙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서비스를 표방한다.
페이팔 가상 자산 서비스에는 몇 가지 제약이 있다. 먼저, 페이팔에서 이더리움이나 비트코인 캐시를 사서 외부 코인거래소로 옮길 수 있을까? 아니다. 페이팔 내에서 거래되는 가상 자산은 페이팔 플랫폼 내에서만 취급할 수 있다. 외부 가상 자산을 페이팔 계정으로 옮길 수도 없다.
그렇다면 앱 내에서 가상 자산을 팔아 현금으로 추세 자산 거래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저는 페이팔 캐시, 페이팔 캐시 플러스로 적립받을 수 있다. 이 포인트는 다시 페이팔 연동 직불카드나 은행 계좌로 옮길 수 있다. 가상 자산 거래 수수료가 없더라도 페이팔이나 은행이 현금화 과정에서 수수료를 가져간다.
또 페이팔 유저는 애초에 본인 가상 자산 계정의 개인 키를 소유하지 않는다. 가상 자산 계정을 만들면 누구도 바꿀 수 없는 고유한 비밀번호(개인 키)가 주어지는데 이 비밀번호를 관리하는 주체는 유저 본인이 아니다. 사실상 페이팔의 장부 안에서 가상 자산을 거래하는 것이다.
페이팔을 통해 암호 화폐(가상 자산) 매장 결제가 가능하더라도 실제로 유저와 매장이 암호 화폐를 주고받는 형태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페이팔이 가상 자산 플랫폼 제공사 팍소스트러스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며 가상 자산을 관리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정리하면, 페이팔의 행보는 익히 알려진 코인 투자나 코인 공개(ICO)와는 거리가 멀다. 페이팔이 중심이 돼 가상 자산을 활용하는 서비스에 가깝다. 블록체인이라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되 비즈니스로는 비교적 익숙한, 중앙 집중화된 모델이다.
페이팔의 가상 자산 비즈니스 모델
페이팔이 비트코인 등의 가상 자산으로 어떤 수익모델을 얻을 수 있을까. 크게 4가지 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다. 결제 인프라, 디지털 화폐 서비스, 모바일 금융 앱, 투자 수익이다.
1998년도에 설립된 페이팔은 당시 움트기 시작하던 ‘인터넷 상거래’에 주목했다. 인터넷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각종 서비스가 막 등장하는 시기에 ‘인터넷으로 사람들이 물건을 살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종이 돈, 은행 창구가 아닌 인터넷으로 돈 보내는 법을 연구했다. 페이팔은 당시 널리 쓰이게 된 e메일을 통해 송금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그 덕분에 아직 금융 서비스가 대중화하지 않은 국가에서 인터넷뱅킹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었다.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것은 페이팔이 온라인 결제 시장의 1인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페이팔이 가상 자산 사업 진출을 선언한 지난해 10월 시장은 “인터넷 태동기에 전자상거래에 뛰어들었던 페이팔의 DNA가 가상 자산에서 사업 기회를 노린다”고 평가했다. 페이팔 역시 가상 자산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가맹점을 연결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같은 사실들로부터 미뤄볼 때 페이팔은 가상 자산에 대해서도 인프라 및 서비스를 선도적으로 제공해 가상 자산이 폭넓게 쓰이게 될 때를 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판을 짜고 있다. 개인 대 개인, 혹은 유저와 매장이 암호 화폐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페이팔이 가상 자산을 쥔 채 가상 자산 인프라를 제공한다. 비자, 추세 자산 거래 마스터카드 등 기존 네트워크에 의존도가 낮은 새로운 결제 인프라 위에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가상 자산을 축적하고 플랫폼 내에서 유저끼리 거래가 이뤄진다면 일부 송금 및 결제에 관해 트래픽이 페이팔로 록인(Lock-in)되는 효과도 있다. 국제 은행 간 금융통신망(SWIFT)을 거쳐야만 했던 유저들을 페이팔이 가진 가상 자산으로 일부 옮겨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발행 대비
페이팔은 비트코인을 통해 모바일 결제 시장을 넘어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시대를 바라본다.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CBDC 도입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디지털 화폐 사업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가상 자산 도입도 그 방향의 일환으로 읽힌다.
2020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페이팔의 댄 슐만 CEO는 디지털 화폐 사업을 강조했다. “디지털 화폐 분야 수요가 당초 예상의 2∼3배”라며 “향후 더 많은 형태의 디지털 화폐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 서비스, 인프라를 빠르게 제공해 효용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CBDC에 관해 언급한 대목이 인상 깊다. 이날 슐만 CEO는 “CBDC는 또 다른 기회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화폐를 적극 받아들이고 규제 당국과의 공조에도 나설 것”이라고 짚었다. CBDC는 이제 가설이 아니라 코앞에 다가온 미래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CBDC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10월, 12월에 각각 선전, 쑤저우에서 디지털 위안화 테스트를 진행했다. 예를 들어, 일부 공무원의 보너스를 현금이 아닌 CBDC로 지급하거나 쑤저우 시민에게 추첨으로 디지털 위안화를 나눠주는 실험이다. 또한 미국, 일본, 유럽권 국가도 CBDC 발행을 논의 중이다. 한국은행도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실제로 디지털 화폐 서비스에 수요가 발생한다는 것인데 그 수요의 주인공이라 볼 수 있는 각 국가가 CBDC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디지털 화폐의 경우 화폐 관리가 편해진다. 국가 입장에선 결제 및 송금이 간편해지면서도 세수 확보나 자금 추적이 용이해진다. 둘째, 디지털 화폐를 국내외 금융 거래에 적용하며 무대를 넓힐 수 있다. 셋째, 특히 중국의 경우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모바일 결제 시장의 파이를 점진적으로 디지털 위안화로 옮겨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포브스는 “중국 정부가 상업은행이나 모바일 앱 등을 통해 디지털 화폐를 유통하기 시작한 것으로 미뤄볼 때 페이팔이 미국 정부의 디지털 화폐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페이팔의 비트코인 실험은 비트코인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QR코드 간편 결제 등 디지털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CBDC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온라인 결제 시장에서 승부하는 페이팔 입장에선 관련 노하우를 쌓아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가상 자산 서비스를 통해 페이팔은 디지털, 화폐 시대에 맞는 경험치와 ‘우리가 제일 잘한다’는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3. 간편 결제 넘어 종합 금융 서비스 제공 앱으로 확장
페이팔은 최근 다양한 간편 결제 앱과 경쟁 중이다. 이들 모바일 간편 결제 앱은 ‘간편 결제’에 머무르지 않는다. 은행이나 증권사와 연계해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앱으로 제공한다. 유저가 모이는 금융 앱이 되면 시도할 수 있는 서비스도 다양해진다. 서비스 고도화는 인프라 구축과 함께 포기할 수 없는 도전 과제가 됐다. 예를 들어, 2020년 11월 구글은 구글 페이 앱에 지출 관리, 쇼핑 혜택 등 기능을 추가했다. 매장 결제를 넘어 송금 및 더치페이(각출) 등을 지원하는 변화다. 업계에선 구글 페이가 핀테크, 모바일 금융 서비스와 유사해졌다고 본다. 비대면, 온라인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국내에서 활약하는 토스, 카카오페이도 비슷하다. 처음에는 수수료 없이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는 모바일 앱으로 시작해 유저를 늘린 후 신용등급 조회, 대출상품•보험•카드 추천, 해외주식 투자, 용돈 모으기 등등 유저를 금융에 연결하는 다양한 기능을 선보인다. 기존 간편 결제와는 또 다른 문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단적으로 간편 결제 페이지에선 ‘유저가 앱에 체류하는 시간’이 짧을수록 긍정적이지만 유저가 해당 페이지를 벗어나 앱 내 금융 서비스가 나열된 페이지로 넘어올 경우 지표 기준은 반대가 된다.
일차적으로 이용자를 만족시키는 기능을 구비하는 방향으로 앱이 진화하는 것이다. 2017년 코인 투자 열풍이 불었을 때 토스에서 발빠르게 ‘비트코인 투자’ 서비스를 제공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가상 자산 개인 투자 규모는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 4월 한국금융투자보호재단 발표에 따르면 2019년 암호 화폐 평균 투자 금액은 871만 원으로 2018년(약 693만 원)보다 약 178만 원 늘어났다. 10월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비트코인은 금의 경쟁 상대”이며 “밀레니얼세대 덕분에 장기적으로 가격 상승 여력이 크다”고 전망한 바 있다.
즉, 가상 자산 투자에 대한 이용자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페이팔의 가상 자산 거래 서비스는 현재로선 단순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B2C 서비스가 될 잠재력을 품고 있다. 페이팔 입장에서 뒤로는 디지털 화폐 사업과 결제 인프라를 준비하면서 앞에서는 모바일 앱으로 ‘회춘’을 시도해봄 직하다.
4. ‘코인 결제 선배’ 스퀘어의 장기 투자법
페이팔의 경쟁사인 스퀘어는 2018년부터 자사의 캐시 앱을 통해 비트코인 거래를 허용했다. 또한 회사 자산의 일부를 비트코인으로 보유하고 있다. 그 결과 스퀘어는 2020년 11월 한 달 만에 3400만 달러 이상의 투자 수익을 거뒀다. 10월에 5000만 달러 규모로 4709개 비트코인을 추가 매입한 후였다. 1만618달러에 산 비트코인 가격이 70% 넘게 오르면서 차익을 벌었다.
헤지펀드 판테라캐피털에 따르면 스퀘어 앱에서 비트코인 거래가 이뤄진 이래 2년간 시장에 유통되는 비트코인의 40%를 스퀘어 이용자가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스퀘어가 가상 자산 수요를 포착해 관련 서비스 규모를 늘리면서 투자 수익과 고객,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스퀘어의 약진은 페이팔이 가상 자산을 통해 어떤 수익 모델까지 시도할 수 있는지 단서를 제공해 준다. 실제 페이팔 역시 지난해 11월 가상 자산 플랫폼 제공사인 팍소스트러스트와의 파트너십 계약을 통해 가상 자산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또한 페이팔은 미국 가상 자산 수탁 기업 빗고(Bitgo)의 인수도 추진 중이다. 가상 자산 서비스 기반을 다지기 위함일뿐더러 해당 자산을 맡아주는 역할을 페이팔에 내재화하는 과정으로 풀이할 수 있다.
온라인 결제, 인터넷 은행,
가상 자산 서비스까지
온라인 결제, 송금 서비스로 브랜드를 알린 페이팔은 발빠르게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다. 한때 ‘혁신 없는 페이팔’이라는 비아냥을 듣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양상이다. 페이팔은 이베이에 인수된 2002년 이후 10년 넘게 간편 결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차츰 잃어왔다. 특히 아이폰 등장 이후 급성장한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페이팔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2015년 이베이로부터 독립한 페이팔은 다시 혁신의 기치를 높이고 있다. 특히 가상 자산 시장에서의 행보가 놀랍다. 온라인 상거래가 없던 시절에 온라인 결제 서비스를 선보였던 것처럼 쉽사리 가상 자산 서비스를 내놓기 어려운 시점에 다시금 혁신적인 브랜드로 이름을 알리고자 이 산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페이팔의 승부수를 지켜보며 우리는 무엇을 대비할 수 있을까. 디지털 화폐와 금융 서비스라는 큰 그림을 보고 가상 자산을 취급해서 경험치를 쌓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수 있지만 국내에선 관련 산업 규제가 아직 만들어지는 단계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이런 경우 CBDC 추이를 지켜보며 모바일 포인트 제도를 재정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보인다. 혹은 가상 자산이 아닌 블록체인을 활용한다고 강조하면서 사실상 가상 자산 거래에 필요한 기술적 인프라를 미리 구축해두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이다.
아직 국내 가상 자산 규제가 완전히 정립돼 있진 않다. 다만 가상 자산 규제를 포함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이 3월 시행을 앞둔 만큼 국내 업체들 역시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미래에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 가상 자산 거래 서비스를 개시하며 페이팔은 미국 뉴욕시로부터 비트라이선스(BitLicense)를 받았다. 비트라이선스는 뉴욕시에서 가상 자산 비즈니스에 요구되는 자격 조건이다. 가상 자산 규제 소식에 자주 등장하는 일종의 허가증이다. 미국에서 큰 규모로 가상 자산 사업을 하려면 비트라이선스가 필요하다. 뉴욕증권거래소의 모회사 인터콘티넨털거래소가 운영하는 추세 자산 거래 가상 자산 거래소 백트(Bakkt), 넥슨 창립자 김정주 대표가 2019년 투자했던 가상 자산 위탁 매매 업체 타고미가 이에 해당한다.
5년 전 비트라이선스가 적용되기 시작했을 때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라이선스 인증 절차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시각이었다. 실제로 비트라이선스는 2014년 무렵 비트코인 85만 개를 도난당한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곡스 해킹 피해 이후 마련된 것이라 투자자 보호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
다만 5년이 흐른 2020년 비트라이선스에도 변화의 기미가 보인다. 2020년 6월 뉴욕주 금융감독청(NYDFS)이 비트라이선스 발급을 원하는 가상 자산 기업에 조건부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비트라이선스를 보유한 업체와 협력할 경우 설령 비트라이선스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도 일단 뉴욕에서 사업을 영위하도록 조건부 허용을 하겠다는 뜻이다.
김지윤 뉴즈(NEWZ) 최고운영책임자 [email protected]
필자는 서울대 생명과학부를 졸업하고 YTN 디지털국 콘텐츠 제작자(CP), IT 매체 아웃스탠딩 기자,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블록인프레스 기자 등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테크 전문 미디어 ‘뉴즈’에서 데이터, 분산경제, 블록체인 등을 취재,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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