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절상

마지막 업데이트: 2022년 1월 24일 | 0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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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올해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큰 변화를 맞고 있다. 한 나라 경제에 가해질 수 있는 가장 큰 외부적 충격, 즉 환율변동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좌우하는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말부터 1백80도 방향을 틀어 절하에서 절상 추세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도표 참조).

89년 이후 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의 환율은 계속 올라가는 추세를 보여왔다(달러에 대한

한국 돈의 교환 비율인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는 것은 그만큼 우리 돈의 실질적인 교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를 ‘원화의 평가 절하’라고도 표현한다). 85년부터 시작된 절상 추세가 5년 만인 89년을 기점으로 절하 추세로 돌아졌고, 이 추세가 5년 만인 올해부터 다시 절상 추세로 돌아선 것이다(80년대 이후 이 주기가 약 5년마다 반복되는 듯한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는 않다).

원화의 절상 추세는 작년 초에 처음 그 가능성이 엿보이기 환율절상 시작했다( 제237호 ‘돈값 올려야 물가 잡는다’ 참조). 당시 정부 경제정책을 연구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란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소폭의 원화 절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비쳐 재계에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다. 외화 유입으로 인한 통화량 증발과 그로 인한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원화 절상을 용인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개발연구원의 주장이었다. 이후 환을 절상으로 수출이 둔화할 것을 우려한 재벌 그룹들은 산하 경제연구소들을 통해 ‘지금의 환율이 적정하다’ 는 보고서를 내놓기 시작했다. 정부의 절상론에 이어 원화 환율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외환시장에서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말 원화는 기업들이 수출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마지노 선이라고 주장하는 달러당 8백원대를 깨고 7백원대로 진입했다.89년 1월 달러당 6백66원30전을 기록한 이후 지속되었던 평가 절하 추세가 약 5년 만에 평가 절상으로 완전히 반전된 것이다. 앞으로 약 5년은 평가절상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대부분의 경제 기관들이 전망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말 원화환율이 달러당 7백80원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고, 경제 전망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부설 세계계량경제전망협회(WEFA)는 한국의 달러에 대한 절상 추세가 99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99년에는 원화가 7백40원대까지 절상될 것이라는 것이 협회의 분석이다.

외국 자본 대량 유입이 큰 원인

환율 결정 방식은 나라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 외환시장에서 자유로운 수급에 의해 결정된다. 한국의 경우 은행들이 달러를 사고 원화를 팔거나,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수급 변동에 의해 미일 환율이 달라진다. 단기적으로 보면 절상과 절하가 쉴새없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러나 절상과 절하의 큰 추세에는 그 추세를 유도하는 거시적 변동요인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작년 말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원화 절상이 통상 환율절상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는 무역수지나 경상수지 흑자에서 기인한 것은 아니다. 94년 무역수지는 현재 약26억 달러 적자이고, 총괄적인 자본 이동을 보여주는 경상수지도 약 47억달러 적자이다. 그런데도 국내에 달러 값이 떨어지는 것은 수출로 벌지 않은 대량의 달러가 국내로 흘러들어 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가 늘어나면서 주식시장에 외국 자본이 대량 유입됐다. 나라 밖으로 나간 자본과 나라 안으로 들어온 자본의 수지를 보여주는 자본수지가 작년에 90억달러나 흑자를 기록했다. 세계 경기 회복에 따라 올해에도 일단 수출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직 흑자 기조는 아니라고 하지만 경상수지도 점차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92년 주식시장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처음으로 개방한 이래 종목당 주식 발행 총수의 10%로 한정하였던 외국인 주식 투자 한도가 지난해 12월1일 12%로 확대되었다. 정부는 올해 이를 15%까지 더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원화가 계속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요인이 이처럼 많은 것이다. 이런 요인들을 미리 ‘계산’ 하고 있는 외환시장의 딜러들이 앞으로 원화 값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작년 말부터 달러 매입을 자제하자 원화 절상이 다소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다.

동전의 양면 같은 환율 변동

지금의 원화 절상 추세는, 원화 절상의 부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물가 안정 등을 위해 이를 용인하겠다는 정부의 분명한 정책 의지와 맞물려 그 추세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위해 정부는 기업들이 외국에서 돈을 빌리는 것을 적극 허용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99년까지 유입될 외국 자본의 총 규모는 약 7백8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액수는 현재 국내 통화 증가분의 40~50%에 달하는 막대한 액수이다. 올해만 해도 당장 1백40억달러의 외화가 국내 경제권으로 들어온다.

외화가 우리 경제권으로 들어오면 결국 그 돈과 맞바꾸게 될 원화의 시중 방출량이 늘어난다. 시중 통화량이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돈값이 떨어지고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인플레가 발생한다(경제에서 정부가 할 일은 인플레를 막는 것뿐이라고 하리만큼 인플레는 경제에 가장 큰 해악을 가져온다).외화 유입으로 인한 인플레를 막는 정부의 정책에는 몇 가지 방안이 있다. 그중 외국 돈과 맞바꾸는 우리 돈의 교환 가치를 높이는 원화 절상이 가장 자연스런 처방으로 꼽힌다. 원화를 일시에 3% 절상하면 소비자 물가는 1년에 약 0,7%, 2년째는 추가로 1% 가까이 떨어진다는 것이 한국개발연구원의 계산이다. 원화 절상이 물가를 잡기 위한 처방이라고 해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절상이나 절하를 유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한 쪽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달러에 대한 원화의 환율은 국내 외환시장에서 자유로운 수급에 의해 결정된다(위상자 기사 참조).외화가 많이 들어오면 그 외화와 맞바꾸게 될 원화에 대한 수요가 커져 원화는 상대적으로 값이 오른다. 그러나 정부는 한국은행을 통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임으로써 환율을 일정 수준에 묶어두려는 노력을 할 수 있다(이 때 원화의 시중 방출량이 늘어 물가가 올라간다).따라서 환율 절상을 용인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의지는 이러한 시장 개입을 자제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외환시장에 대한 정부의 섣부른 개입은 ‘환율조작국’이라는 거센 미국의 비판을 또다시 부르게 된다. 게다가 정부의 비밀스런 시장 개입에는 규모에 한계가 있어 거시적인 추세를 바꾸어 놓기는 불가능하다.

절하이든 절상이든 환율 변동이 한 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복잡하게 나타난다. 그것은 환율 변동의 원인과 영향이 기본적으로 동전의 양면과 같기 때문이다. 환율 변동은 수출이나 수입, 혹은 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같은 실물경제를 반영하는 것이면서도 그 자체가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복합성을 갖는다. 거시적으로 보면 환율은 한 나라의 총괄적인 자본 이동을 보여주는 경상수지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환율과 경상수지는 2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맞물려 움직인다. 경상수지 변화는 환율 변동을 유발하고, 반대로 환율 변동은 경상수지에 영향을 미쳐, 이를 곡선으로 그리면 거의 비슷한 형태가 2년의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국제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환율 절상에 따르는 가장 큰 염려는 수출 경쟁력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일본과 달리 한국의 수출제품은 대부분 가격 경쟁력에 의존하고 있다. 환율 절상은 결과적으로 기업이 수출 단가를 올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제품의 생산 원가가8백원이라고 할 때 달러당 원화 값이 8백원이라면 1달러 이상에 팔 수 있다. 그런데 원가에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만약 원화가 4백원으로 절상된다면 제품 가격은 2달러 이상으로 올라가야 원가를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다). 80년대 후반 한국의 수출이 급격히 곤두박질쳤던 이유는 당시의 원화 절상 때문이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85~90년 우리나라의 수출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린 가장 큰 요인은 당시 큰 폭으로 올랐던 금리나 임금이 아니라 달러에 대한 원화의 환율이었다. 한국산업은행의 계산에 의하면, 원화 환율이 2% 절상될 경우 한국의 수출은 1차 연도에 0.3%. 2차 연도에는 0.99%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원화 환율이 5% 절상될 경우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앞으로 5년간 0.02-1.88% 둔화할 것으로 추정한다. 무역협회는 원화가 5% 절상될 경우 한국의 무역수지는 연간 28억달러 적자를 본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기업들, 값보다 질과 기술로 승부해야

환율 절상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동시에 미친다(아래·위 상자 기사 참조). 하지만 지금은 경제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 수출 감소로 인한 경제 성장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물가 안정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해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최근 경기가 상승하고 있고, 해외 원자재 가격 또한 상승하고 있어. 물가 상승 압력이 큰 것으로 판단한다. 한국 경제에서 선진국 진입을 위한 사회간접자본 확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문제이다. 이를 위한 외자 도입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외국 자본 유입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환율을 절상해 물가 안정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으로 등장한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경제 성장보다는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겠다’고 천명한 것은 이러한 정부의 의지를 분명히 확인한 것이다. 원화 절상기에 한국 기업들은 가격보다는 질과 기술로 경쟁하도록 ‘강요’받게 된다. 원화 절상은 기업들로 하여금 ‘질의 경영’ 을 하게끔 가장 강력한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일본은 수차례 엔고 시대를 성공적으로 거치면서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반면에 한국은 80년대 후반 처음으로 맞았던 원고의 도전을 이겨내지 못했다. 올해를 기점으로 약 5년간 원고 시대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 시대에 한국 경제는 선진국의 문턱에 성공적으로 올라서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심판받게 된다. 원고 시대 개막은 선진국 진입을 위한 진정한 도전의 첫 장을 연다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南裕喆 기자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美·中 통화 절상 경쟁…원·달러 환율 향방은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美·中 통화 절상 경쟁…원·달러 환율 향방은

3차 대전(헨리 키신저), 2차 냉전(니얼 퍼거슨)이란 경고가 나올 정도로 미국과 중국 간 패권경쟁이 날로 격화되는 속에 열린 양국 간 정상회담이 끝났다. 기후변화 등 일부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제시됐지만 핵심 현안에 대해서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오히려 정상회담이 끝나고 미국은 베이징올림픽을 보이콧할 태세다.

이번 회담에서 격렬할 것으로 예상됐던 환율 분야는 미국과 중국이 모두 자국 통화 강세를 원해 외형상으로는 평온하다. ‘위안화 절하’ 문제를 놓고 환율전쟁을 불사해왔던 종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양국 모두 인플레이션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기지로서 중국이 가장 중시하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지난달 13.5%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역시 30년 만에 최고치인 6.2%를 기록했다. ‘인플레 쇼크’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美·中 통화 절상 경쟁…원·달러 환율 향방은

양국의 인플레는 경기과열과 같은 총수요 요인보다 세계가치사슬(GVC)과 공급망(GSC) 붕괴에 따른 공급 측 요인이 강하다. 공급 측 인플레 대책으로 세 감면, 생산성 증대, 사회적 연대를 통한 임금상승 억제 등이 있으나 최근처럼 외부 충격에 따라 수입물가가 상승할 때는 자국 통화 가치를 높게 유지하는 것이 지금 당장 가져갈 수 있는 방안이다.

인플레 쇼크가 처음 발생한 지난 5월 이후 위안화 가치는 10% 정도 절상됐다. 한때 90선 밑으로 떨어졌던 달러인덱스도 최근 들어서는 96선을 넘어섰다. 인플레 쇼크가 범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준 10월 물가지표가 발표된 이후 양국의 통화가치 상승 폭이 큰 점도 주목된다.

위안화와 달러화 가치 상승은 양국 경제정책과 맞물려 의외로 오래갈 가능성도 높다. 중국은 내수 위주의 ‘쌍순환 전략’과 ‘홍색 공급망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공식 인구 14억 명에다 1인당 소득마저 1만 달러가 넘어 내수시장 구매력도 충분하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미국과의 충돌을 막으면서 내수시장을 키워 경제 독립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도 해외에 나간 기업을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과 반도체 등 주요 핵심 부품 및 원자재의 ‘굴기 정책’, 그리고 내년부터 본격화할 ‘사회적 인프라 정책’을 추진하는 데 강달러가 유리하다. 중국보다 유리한 것은 투자자산에 대한 신뢰가 높은 여건에서 캐리 자금마저 유입돼 자산 효과에 따른 성장률 제고도 기대된다는 점이다.

양국이 위안화와 달러화 강세를 동시에 용인하면 원·달러 환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국이다. 조 바이든 정부의 실질적인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수입물가 안정과 날로 높아지는 중하위 계층의 경제고통지수(실업률+소비자물가상승률)를 낮추기 위해 달러 강세를 용인한다는 뜻을 비쳐왔다.

수출 주도로 압축 성장한 우리로서는 양대 경제대국의 자국 통화 강세 용인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원화 약세에 따라 수출을 도모할 경우 우려되는 환율 조작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위드 코로나 방역 체제로 돌아선 이후에도 내수 기여도가 크게 제고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수출이 받쳐줘야 성장률 급락을 막을 수 있다.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른 외환위기 가능성도 너무 우려할 필요가 없다. 우리 같은 신흥국(MSCI 기준)은 외자 이탈에 따른 방지책이 금리 인상보다는 외화를 충분히 쌓는 일이다. 우리는 직접 갖고 있는 제1선 외화와 통화스와프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갖고 있는 제2선 외화까지 포함할 경우 5500억달러가 넘어 가장 넓은 의미의 캡티윤 방식으로 추정한 적정 수준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인플레 부담이 높아질 가능성이다.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가 가야 할 내수 육성에도 도움이 안 된다. 하지만 모든 정책은 양면성을 갖는다. 지금은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00원 선 이상으로 올라가더라도 유리한 측면이 더 많이 보이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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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이 남긴 했지만 올해는 테슬라와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의 해로 점철될 가능성이 높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한국 재테크 시장의 3대 화두인 ‘10만 전자’ ‘1억 비트’ ‘천슬라’ 중 가장 먼저 천슬라에 도달했다. 테슬라 주가 상승을 바탕으로 머스크도 세계 10대 부호 서열에서 1위로 등극했다.월가에서는 머스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창업가 정신(founder’s mentality)’을 우선적으로 꼽고 있다. 창업가 정신은 △소명 의식 △현장 중시 △주인 의식이라는 세 가지 특성으로 구성된다. 창업자가 이끄는 기업이나, 직원의 의사결정과 행동방식에 준거의 틀로 삼는 가치에 창업자의 영향력이 남아 있는 기업일수록 지속 성장하고 흑자 경영이 가능하다.두 번째 요인으로 ‘주주 친화적인 경영’이다. 잠재가치만 있으면 계열사로 떼 내는 카카오식 경영과 뒷전에 물러나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인사 등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식 경영은 버렸다. 그 결과 올해 빅테크 기업 주가 관리에 최대 장애였던 테크래시를 피해 갈 수 있었다.세 번째 요인으로 ‘미래 트렌드를 읽고 과감하게 실천에 옮기는 실천력’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강조되는 디스토피아 기업환경을 맞아 지구 밖을 겨냥한 우주항공산업(off the earth industry)을 대중화시킨다든가, 비트코인을 자사 제품의 결제 수단으로 처음 시도해 보는 것이 단적인 예다.주가도 종전의 방식인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에서 벗어나 주가무형자산비율(PPR), 꿈대비주가비율(PDR) 등을 중시해 관리했다. 모든 것이 보이는 증강현실 시대에서는 최고경영자(CEO)의 꿈과 이상도 해당 기업의 미래잠재가치를 결정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앞으로도 테슬라와 머스크의 성공신화가 계속될 것인지 예상해보려면 창업가 정신의 실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기업은 성장할수록 가장 먼저 ‘과부하(overload)’ 위기가 찾아온다. 급속한 사업 팽창에 따라 신생기업이 겪는 내부적인 기능 장애에 봉착한다. 과부하 위기는 ‘속도 저하(stall-out)’ 위기로 전이된다. 기업 규모가 커짐에 따라 조직의 복잡성이 증가하고 초창기 조직을 이끌었던 명확한 창업자적 미션이 희미해짐에 따라 성장 둔화를 겪는다.속도 저하 위기가 무서운 것은 곧바로 ‘자유 낙하(free fall)’ 위기로 악화되기 때문이다. 창업가 정신을 상실한 기업일수록 주력 비즈니스 모델의 경쟁력을 잃게 되고 핵심 시장에서 퇴출당하기 쉽다. 금융위기 이후 다우지수 구성 항목 30개 중 10개가 넘는 기업이 빠졌고, 3년 전 미국 경제의 상징이었던 제너럴일렉트릭(GE)이 퇴출당한 것은 충격적인 일이었다.GE가 퇴출될 무렵 한국에 정통한 월가의 금융인 사이에 “삼성전자도 코스피지수에서 퇴출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라는 진담 반 농담 반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테슬라는 천슬라로 뛰어 1100달러로 향해 가는데 삼성전자는 기대했던 10만 전자는 고사하고 7만 전자도 깨져 당시의 언쟁이 새삼스럽게 와닿는다.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불확실성 시대’(케네스 갤브레이스)라는 용어가 나온 지 40년이 지났지만, 오히려 ‘초불확실성 시대’(배리 아이켄그린)에 접어들었다. 이전보다 더 영향력이 커진 심리 요인과 네트워킹 효과로 ‘긍(肯·긍정)’과 환율절상 ‘부(否·부정)’, ‘부(浮·부상)’와 ‘침(沈·침체)’이 겹치면서 앞날을 내다보기가 힘들어진 탓이다.각종 위기론에 민감한 한국 기업은 저성장 늪에 빠져 미래 성장 동인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성장 둔화 요인을 중국의 추격 등과 같은 외부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인 스스로의 도피다. 이런 사이에 4차 산업뿐만 아니라 반도체를 제외한 현존하는 산업도 순식간에 중국에 추월당했다.한국 기업은 창업가 정신에 기반해 조직원이 주인 의식을 갖고 있는지, 철저하게 현장 중심적 의사결정 체계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뚜렷한 고객층을 위한 책임을 갖고 있는지를 반문해 봐야 할 때다. 창업가 정신은 테슬라와 머스크의 운명을 좌우할 ‘정주영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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